살아가는 동안 억제하고 제어하는 게 맞는 거라고 여겨지는 감정. 이성보다 감정에 휩쓸린다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덕분에 우리의 마음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거지?'라는 생각들로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감정은 좋고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수도 없이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은 매우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의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표현할 줄만 알아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잡아내어 받아들이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대한 지식을 키워야 한다.
감정에 관하여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나쁜 생각에 빠진다. 그럴 때면 죄책감을 느끼고 억누르려 노력한다. 마음이 힘든 원인은 감정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감정은 착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옳고 그름을 나누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정은 동시에 여러 개로 나타날 수 있고, 몇 가지의 감정이 합쳐져 하나의 감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절망'이라는 감정은 공포와 슬픔이 모여서 만들어진 감정이다. 또한 감정은 우리 마음속에 꿈, 희망, 열정, 동기를 불어넣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욕구를 만들고 삶의 목표를 이루어 나아가게끔 한다. 심지어 감정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도 관여한다. 긍정적인 마음이라면 선택하고, 부정적인 마음이라면 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을 회상할 때에도 감정을 느끼는데, 같은 기억을 언제 회상하냐에 따라서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감정은 어떤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스테인드글라스와 같다'라고 표현한다. 감정이란 나의 주체성, 개별성이 되어서 나를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로 만들어준다. 감정을 안다는 것은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나 자신한테만큼은 솔직해도 되지 않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보단 솔직하게 감정을 받아들여보자.
감정을 풀어야 하는 이유
화병(hwa-byung)은 한국만의 독특한 마음의 병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과거 1995년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 한국인의 유교문화로 인해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공인했었다. 현재는 삭제되어 정식 질병은 아니지만, 화병(hwa-byung)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여전히 사용된다. 한국의 직장인 90%가 화병(hwa-byung)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중 어느 곳에 가도 충돌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애초에 부정적 감정이 맺히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맺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맺힌 것을 풀지 못해서, 풀어주지 않아서, 풀어줄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이다. 맺힌 감정을 엉켜버린 실타래에 비유해 보겠다. 뜨개질을 해야 하는데 엉켜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도저히 풀 엄두가 안 나더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야 다음 과정을 무난하게 나아갈 수 있다. 관계에 있어 맺힌 감정이 존재하면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할 것이고 반복되는 갈등을 겪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맺힌 감정은 '갈등의 골이 깊다'라고 표현하는데, 긴 시간을 투자하여 풀어줘야 한다. 서로에게 감정을 풀기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서로의 상처를 꺼내는 아픔의 시간이겠지만 견디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그다음에 보낼 시간들은 더욱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풀어나가야 한다.
아픔에 대한 어휘
압박감, 걱정, 시기, 죄책감, 무서움, 연민, 무력감, 상실감, 억울함, 서러움, 수치심, 소외감, 애도, 분노, 혐오, 굴욕, 원망, 혼란 |
단순히 아프다, 화난다 정도로 표현하기에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감정들은 다채로운 색을 가졌다. 이 외에도 수많은 아픈 감정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억울하거나 수치심이 드는 것도 분노로 표현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때는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수치심이 들었을 때에는 격려의 말이 필요할 텐데 분노에 대한 대처를 한다고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풀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나의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려야 그에 맞는 대처를 하여 올바른 길을 찾고,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해 화를 내고 토라지지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미성숙한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이런 과정들이야말로 '인간의 성장'이 아닐까? 더 나아가 아픈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자신의 아픈 마음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다. 괴로운 마음의 원인은 대부분 나쁜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려 원망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려 하거나, 바뀌는 것을 바뀌지 않게 하려는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아주 크게 공감되는 말이었다. 나쁜 일이 생겨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불가항력으로 생기는 일이 나쁜 일이다. 나쁜일이 생겨서 자신이든, 타인이든 탓을 돌릴 대상을 찾아낸다고 해도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고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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