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그의 친구 에마뉘엘의 책을 영어로 번역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더 크게 바뀌어서 '유추'가 생각에서 차지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두 사람은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기술적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내용을 설명한 책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사고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고 한다. 유추에 대해 정말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추에 대한 개념들이 잡히는데 도움이 되지만, 조금은 어려운 책이라고 느껴진다.
일상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유추'
유추가 있어야 개념이 만들어지고, 개념이 있어야 사고가 만들어진다. 이 책은 '유추'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추를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유추'와 '개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개념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와 평생에 걸쳐서 풍부해지고, 긴 시간 동안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유추를 통해 단단히 자리 잡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개념들은 유추를 통해 선택되었고, 만들어진 경험들인 것이다. 유추는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내린 생각을 이용하여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에 있었던 익숙한 정보들과 새로운 정보를 비교하여 이해하는 방법이다. 유추라는 생각의 범주가 없다면, 우리의 생각은 기준 없이, 규칙 없이 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유추는 우리가 보았던 익숙한 것들에 집중하게 만든다. 책을 읽어도 여러 번 읽으면 더욱 이해가 쉽고 눈에 들어오듯이 익숙함이라는 의미가 유추에서는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자신의 부족함을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추는 이해, 추론, 의사결정, 문제 해결, 학습 같은 인간이 살아가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고들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유추한다는 사실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추는 잠재의식이다. 잠재의식은 우리가 직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 주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민첩하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유추는 의지를 가졌으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머릿속을 장악한다. 그리고 유추가 정해놓은 생각 회로로만 생각이 흐르도록 한다. 유추는 쓸모없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과일'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들었을 때, 돌발 질문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과일 관련 대답을 하게 된다. 이렇게 유추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 익숙한 것을 찾는 인지 메커니즘이 자동적으로 발동한다. 무의식적으로 수차례 반복되는 유추들은 의미가 없고, 특정한 목표가 있어서 우리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떠돌 때마다 우리는 유추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유추가 조종하는 것들
저자는 사람들의 말실수를 꼼꼼하게 수집하여 관찰했다. 말실수는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깊숙한 심리를 모르거나, 감추려고 하지만 말실수는 마음속 어두운 비밀을 밖으로 드러내게 한다. 그래서 말실수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마음속의 진실을 읽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백방을 동원할 겁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을까? '백방으로 알아볼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이런 말실수를 통해 생각을 언어로 전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과 비슷한 단어를 찾아내기 위한 머릿속 탐색 과정을 절박하게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다. 말실수 외에도 또 다른 유추로 인해 생기는 '실수'들이 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있으면서 핸드폰을 찾거나 하는 일들은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일들이다. 그리고 빨래를 빨래 바구니에 넣으려다가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린다거나, 우유를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컵을 넣어버린다거나 하는 실수들이 있다. 물건을 어딘가로 넣으려는 의도에 맞게 행동을 하긴 했지만, 넣어야 할 물건이 잘못되었다. 일을 올바르게 수행하려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세부 항목을 빠트린 것이다. 이런 일들이 무심결에 유추가 만든 '간소화'이다.
유추를 통한 선택들
우리가 고민을 할 때에 유추를 통해 선택하게 된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일을 그만둘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보통 장점과 단점을 나눈다. 그리고 둘의 비슷한 부분을 찾아서 고민에 대한 결정을 하는 데에는 제외시킨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둘의 차이점일 것이다. 차이점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해도, 선택은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기존에 겪었던 경험을 이용하여 '유추'를 하게 된다. 미래를 예상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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