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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여러 가지 경험들을 받아들이고 저장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키스는 기억하지만 10번째 키스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음식을 처음 먹은 것은 기억하지만 지난주 수요일에 먹은 음식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듯 뇌는 의미 있는 일들만 기억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들도 까먹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기억이란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의 정체성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고 나의 가치관대로 행동하며 나 자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억인데, 이런 기억들을 단순히 치매여서 잃어버리는 것을 떠나 '기억을 잃는다' 그 자체가 인간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이해하고 병적인 증상이 아닌 우리 뇌의 진화 방식 때문임을 안다면, 기억력을 향상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간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정보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려면 평균 2만에서 10만 단어의 발음, 소리, 의미들을 기억해야 한다. 뇌의 저장용량은 거의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온갖 터무니없는 정보부터 복잡한 정보들까지 저장해둔다. 뇌는 우리가 기억하기를 원하는 정보들을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인식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뇌는 집중하는 대상의 정보들을 오감과 감정 등의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다음 신경신호로 바꾸어 서로 연관성을 갖는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한다. 패턴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연결구조가 생기고, 뇌의 구조는 변화한다. 어떠한 경험을 하고 기억이 생길수록 뇌는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결구조를 재경험한 것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머리 중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해마라는 기관이 기억을 형성하고 정리해서 연관 있는 기억들을 모아 필요시 한꺼번에 꺼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해마는 기억의 저장 기관이 아니다. 뇌는 운동, 시각, 촉각 등 부위별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는데, 형성된 기억들은 처음 경험을 접수한 뇌의 각 부위로 나뉘어 저장되는 것이다. MRI를 이용하여 뇌를 관찰해보면 기억이 어떻게 떠올려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에게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뇌의 여기저기가 번쩍인다. 기억을 뒤지는 것이다. 그리고 번쩍임이 멈추면, 사람은 그것을 기억해낸다. 뇌의 기본적인 기능이니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인체의 신비는 무한하다고 느낀다.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듯이, 내가 무언가가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나의 뇌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처음부터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라고 한다. 특정 정보를 기억하고 싶다면 오감으로 느끼는 인지와 주의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망각되고 왜곡되는 기억들

일화기억이라고 부르는 기억은 왜곡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변질될 수 있다. 비행기 추락사건을 경험한 참가자들에게 진술을 부탁하여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는 실험을 소개했다. 결과는 100퍼센트 거짓이었다고 한다. 모든 상황들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관심 가진 정보의 일부분만을 기억하며 그 기억에 상상, 추측, 의견, 그리고 편견을 섞는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서로 같은 시간과 같은 상황을 함께 보냈어도 기억이 각자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미래 기억은 나중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에 취약하다. 미래 기억의 취약함을 이용한 마케팅이 있다. 30일 무료체험을 조건으로 구독을 하게 되었다가 30일이 될 때 구독 취소하기를 잊어버려 결제되어버리는 구조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미래 기억의 취약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흔히 메모를 하여 시각화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좋은 방법이 맞다. 

우리는 망각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억에서 지워지면 안 되는 것들도 있지만,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는 게 좋겠다고 느끼는 기억들도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불필요하고 괴로운 기억들을 지우기 위해서 망각이란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장기기억 저장소에 들어간 기억들을 지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기억을 꺼낼 때마다 그 기억은 강화되지만, 묻어둘수록 잊히게 된다.

기억이란 신비롭고 위대한 뇌의 능력이다. 기억이 저장되는 원리를 알고 기억의 특성을 알면 원하는 기억과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원하는 결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은 말 그대로 나의 의지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에는 주의를 집중하고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의식적으로 피하자. 기억을 나의 의지대로 이끌 수 없다면 공부라는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은 나의 인생을 담고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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