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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와 이어령의 인터뷰 이야기

김지수는 암투병 중인 문학 평론가 이어령을 인터뷰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죽음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령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 했다. 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진실이 있는지, 왜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 인지, 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는지, 눈물은 언제 방울지고 상처는 어떻게 활이 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상하게도 세상을 살아가며 생겼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평온해졌다. 김지수도 이어령 선생님을 만난 건 축복이었다고 한다.

이어령을 인터뷰하다

김지수는 자신이 이어령이라는 어른의 마지막 말을 전할 자격이 있는지 자신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혹여나 기사를 완성하기 전에 선생님이 떠나갈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이어령을 찾아갔을 때, 이어령은 아픈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면도를 하고 아주 깔끔한 차림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김지수는 이어령이 걱정되어서 인터뷰 도중 수시로 몸상태가 어떤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이어령은 대화 도중에 급격히 몸이 나빠져 인터뷰를 계속 진행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어령은 다시 몸상태가 나아지면 김지수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그리고 몸상태가 나빠져서 미처 이어가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어령은 아픈 와중에도 누군가에 기대 도움을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것으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고 나면 책을 내라고 했다. 그러나 김지수는 하루라도 빨리 지혜를 전달하고 싶어 져 시간을 앞당겨서 책을 냈다. 

죽음의 개념

이어령은 투병과정을 밤마다 죽음과 '팔씨름'을 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을 김지수에게 설명했다. 그것은 나 역시도 감탄한 깨달음이었다. 죽음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이어령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친구가 있는데 그중 한 친구가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시간은 달라서 친구가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2백 년이 지나버린다. 그렇다면 그 둘은 여행을 떠나는 순간 다시는 못 보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시는 못 보게 되어버리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둘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잘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우주선을 탄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었다. 그것을 뉴스로 보게 된 친구는 그제야 눈물을 터트리게 된다. 다신 보지 못한다는 죽음에는 그리 슬퍼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친구가 육체적으로 죽었다는 사실에 더욱 슬퍼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모두 이해할지도 모른다. 같은 시공간에 살지 못해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일 것이다. 그러자 이어령은 비어있는 유리컵이 사람의 몸이라는 가정하에, 다른 방식으로 이 개념을 설명했다. 컵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빈 컵이 아니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조금 어렵고도 어찌 보면 쉬운 생각이기도 한데, 상상해보자. 비어있는 컵 안의 내면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어령은 우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빈 채로 우주까지 닿는 것이 영혼이다. 그리고 빈 컵에 음료를 담는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인드이다. 어떤 음료도 담을 수 있다. 마인드를 컵이라는 사람의 몸이 받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가운 사람은 차가운 음료가 들어있다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컵이 깨져버리면 안에 있는 음료는 사라져 버린다. 죽음이란 그렇게 사람의 몸과 담고 있던 마인드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빈 컵 안의 우주까지 이어진 '영혼'이라는 그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고 우주와 이어진 채로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다. 즉, 죽음은 몸의 죽음일 뿐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바보로 살아라

사람은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세상에서 필요로 하지않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바보가 된다. 이어령이 말하는 '바보'는 그런 의미이다. 앨버트로스라는 새가 있다. 그 새는 날개가 매우 커서 하늘을 날 때 눈부시게 멋져 보인다. 그러나 땅에 서있을 때는 다르다. 큰 날개 때문에 잘 서있지 못한다. 심지어 도망치지도 못해서 사람에게 쉽게 잡혀 '바보새'라고 불린다. 그것이 예술가와 같다. 하늘을 날 수 있는데 땅에서 사니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어령은 세상에 태어나 잘 걷기 위해 자신의 큰 날개를 잘랐다. 그러나 잘린 날개를 가졌던 기억을 갖고 살아갔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엄마 배 속에서 하늘이 주는 재능을 받고 열 달 뒤에 자신의 의지로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 뒤로는 남의 간섭과 보호를 받고 살아간다. 김지수는 '아마 이전 세대가 정해준 코스를 달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천재로 태어나서 바보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날개를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갖고 살며 영량을 펼쳐야 한다. 누군가가 정해준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대로 살아가야 한다. 하나 더 알아야 할 점은 세상을 살아가다며 보면 정답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는 반사적으로 질문에 답을 맞히려고 하지만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정답인지 정해져 있어서 절대 변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어령은 신념을 가진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진리를 다 깨우쳐 무엇이 옳은지 답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더는 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을 나그네라고 생각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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